[회고] 나의 어제 오늘 내일

Overview

국민대학교 22년 2학기 중 이민석 교수님의 사제동행세미나 강의를 수강하게 되었다. 교수님께서 3~4학년을 대상으로 "나의 어제 오늘 내일" 주제로 후배들 앞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나도 아는 것이 없는데... 세상에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무엇을 전달해줄 수 있으며? 어떻게 전달해주어야 컴퓨터를 공부하는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의 내가 그들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해주면 그 순간만 도움이 되는 내용인 것 마냥 착각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서 알아가고자 했던 내용의 작은 실마리와 경험을 전달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들 스스로 자신에게 알맞은 방법을 찾아갈 수 있는 이른바 "생각하는 사람" 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나는 이 발표에서 목표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다음의 본문에서는 발표 내용에서 핵심적으로 전했던 말을 추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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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제 : 방황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학교에서 1~2학년 수업을 되세겨보았다. 전공의 핵심적인 내용을 직접 소개하는 부분보다는 학생들이 컴퓨터를 공부하는 것에 대한 흥미를 돕기 위한 튜토리얼 기반의 수업이 많았다. 교수님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하는데 필요한 개념을 소개하고 과제를 문제로 제시하고 학생들이 해결하고 조금 더 나아가면 리포트를 작성하는 형태이다.

이렇게 학교 수업을 수강하면, 대학교에서 컴퓨터 전공 수업을 이수했으며 더 나아가 좋은 학점을 받았다는 자신감에 "자신이 모든 내용을 알고 제대로 이해했다!"라는 착각에 빠져들기 쉽다. 문제는 내가 그랬다는 것이다.

약한 Foundation 을 가진 상태로 응용 분야를 건들고자 시도하면 무너지기 십상이다. 이 문제는 악마와도 같다.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고 많은 시간을 잡아먹은 이후에야 나에게 신호를 주기 때문이다. 나에게 보인 증세는 다음과 같다.

• 컴퓨터의 어떤 개념을 공부하던 모든 것이 새로운 내용 처럼 받아들여진다.
• 이해보다는 반복 훈련을 통한 암기 공부로 흘러간다.
• 공부를 "빠른 시간"에 "효율적"으로 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학부 성적에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남들보다 더 많은 내용을 정교하게 이해하고 싶은 욕심이 많이 있었다. 이는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무너졌다. 처참하게 무너졌다. 그 자리는 참혹했으며 두 번 다시는 컴퓨터를 쳐다보고 싶지 않았다.

학교를 다니던 중, 중도 휴학을 하고 스스로 잠깐의 정리 시간을 갖게 되었다. 컴퓨터 공부를 포기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나의 삶을 되세겨 보았다. 초, 중, 고 공교육을 받던 시간 동안 컴퓨터를 사랑해왔던 지난 시간들을 되새겼다. 컴퓨터를 배울 기회를 쉽게 얻지 못해 열심히 노력해왔던 시간들이다. 사랑하는 iT기업의 철학도 찾아가며 없는 길을 만들어가는 내 모습이 보였다. 나의 마음이 이끄는 방향이었다고 믿었다.

모든 것을 잊고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오늘 : 추상화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 함이다!)

"Hello World".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할 때 처음 작성해보는 대표적인 출력문이다. 세상의 룰을 훌륭하신 연구자들이 이론으로 적립하고 현재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이론을 학교에서 배운다.

세상에는 영원한 것이 없다. 언젠가는 나도 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을 향해 떠나야 할 때가 온다. 지금까지는 교수님의 수업, 강의노트, 교재를 통해 세상의 룰을 보았다. 이런 교육적 도움이 없을 때, 나 혼자 남았을 때에는 어떻게 알아나가야 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Youtube의 수많은 영상과 짧은 조우를 하던 중,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천재 물리학자에 관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파인만의 과학적 스타일은 어떤 문제가 있으면 항상 가장 단순하고 가장 기본적인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중략) 파인만이 굳게 믿었던 것은 만약에 무엇이든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 레너드 서스킨드 (스탠퍼드대 이론물리학 교수, 파인만의 옛 동료)

과거에는 "어려운 메커니즘을 많이 알고 있으면 좋은 것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세상을 해석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기본 원리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아인슈타인의 명언도 존재한다.

어느 지적인 바보도 사물을 보다 더 크고 보다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편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천재의 손길과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 아인슈타인

새로운 것을 이해하거나 해결하는 노력에 있어서 "단순화" 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공부를 할 때에도 자신에게 어려운 방식으로 지식을 쌓으면 (암기하면) 활용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컴퓨터를 공부하다 보면 "함수"라는 콘셉트를 많이 접하게 된다. 함수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면 집합과 집합 간의 대응 관계로 고등 교육과정에서 배우며, 컴퓨터 공학에서는 입력, 처리, 출력이라는 기계적인 정의를 접하며 조금 더 들어가면 관련 절차, 명령들을 묶어주는 수단으로 프로그래밍에서 사용하게 된다.

값을 일반화하기 위해 변수를 사용한 것처럼 절차를 일반화하는데 함수를 사용할 수 있다. 함수는 네이밍을 통해 사용자가 하고 싶은 것을 선언하고 구현을 통해 절차적 메커니즘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렇기에 함수는 컴퓨터 공학에서의 꽃이자 훌륭한 추상화 도구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함수를 생각하며 프로그래밍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함수인 "연산자"를 살펴보면 컴퓨터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사칙연산은 무엇일까? 어떻게 돌아가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과 의문점을 가질 수 있으며 컴퓨터의 구조적 이해로 연결된다. 간단한 질문을 만들어보았는데 사유하는 것은 독자의 자율에 맡기겠다.

• 어떻게 덧셈을 갖고 뺄셈, 곱셈, 나눗셈을 기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을까?
• 수학적으로 곱한다와 나눈다는 개념을 인간이 어떻게 선언할 수 있었을까?
• 기계적으로 연산을 수행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 2진수가 어떻게 내 눈앞에 보이는 화면의 픽셀이 될 수 있었을까?

이렇게 함수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큰 문제를 해결할 때 작은 문제로 쪼개서 단순화시켜나가는 콘셉트를 접하게 된다.

미래 : 예술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제가 사촌 형에게 물어봤죠 “뭘 하려는 거야?” 그랬더니 “2x+7=15”라는 식에서 x의 값을 구하고 있는 거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4라고 했더니 형이 “그래, 하지만 너는 그 값을 산수로 계산했잖아. 대수로 구해야지”라고 하더군요. 이래서 사촌 형은 끝내 대수를 할 수 없었던 겁니다. 사촌 형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중략) 대수에서 중요한 건 x값을 구하는 것이 전부임을 알았고 그 값을 어떻게 구하든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죠. 대수를 구할 때는 ‘산수로 푼다’ ‘대수로 푼다’라는 법칙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 리처드 파인만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배움의 시기에는 대학 입시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고 취업 경쟁에서 쟁취해야 한다. 적은 자원을 다수가 나눠먹기 게임을 누가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잘하는가? 를 위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교육은 획일화된 교육을 통해 사회를 획일화시킨다.

현대 예술 그중에서도 미술을 관찰해보면 사물의 모든 면모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임을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카메라 그리고 더 나아가 Computation Photography 등의 기술을 통해 눈에 보이는 사물을 정확하게 잘 묘사하는 행위는 인간보다 컴퓨터가 월등하게 잘 해내고 있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사물의 중요한 특징을 추려 예술가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한다. 더하기보다는 빼는 행위에 집중하며 "다른 사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 이 된다. 과연 우리가 받은 획일화 교육은 미래 기계와의 전쟁에서 대한민국이 경쟁력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지금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컴퓨터 기술은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스스로 진화" 하고 있지는 않다고 믿는다.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 기술은 과거의 누군가가 꿈꾸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작품이라고 믿는다.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 - 물리학자 아르망 트루소

컴퓨터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미래는 컴퓨터가 아닌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으며 다시 한번 나 자신의 핵심 원칙을 되새겼다.

• 다른 사람들의 문제 사항을 해결해 줄 수 있도록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내가 사랑하는 플랫폼의 사용자에게 문제점을 해결해 줄 기술적 솔루션을 보급하여 그들이 더 가치 있고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 회사와 동료 개발자에게는 동반 성장과 예술 작품과도 같은 코드 설계를 함께 이뤄나가고 싶다.

앞서 소개한 함수를 컴퓨터가 아닌 분야의 관점으로 해석해보면 이렇지 않을까 상상해보았다.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은 궁극적으로 예술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1.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2. 좋은 음악 혹은 멋있는 그림을 만들고 싶다.
3. 재사용이 쉬운 코드 컴포넌트 함수를 만들고 싶다.
4. 음악을 만들 때 1/4, 1/8, 1/16 박자에 맞춰 반복될 드럼 비트 모듈을 만든다.
5. 그림을 그릴 때 물체의 특징을 잡아서 구도를 잡고 세부적인 내용을 채워나간다.
6.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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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애플의 몇 가지 광고 영상을 보면서 이번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