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결산] 2022년 3부작 - 2부 좋은 제품

Overview

2022년 한 해를 회고해보니 추상화 와 디자인 의 매력에 빠져있었다. 기대감과 두려움을 느끼며 인생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책과 경험을 통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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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제품에 관한 생각

디터 람스: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

제품이 사용자에게 나쁜 경험을 준다면 의미가 있을까? 훌륭한 중간 개발 과정이 적용되었더라도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사용자에게 좋은 디자인을 발견하기 위해 좋아하는 제품을 관찰했다. 산업 디자인에서 좋은 제품의 통찰을 얻고자 디터 람스를 찾게 되었다.

미니멀리즘 디자인

디터 람스는 브라운의 핵심 디자이너였다. 이 책에는 좋은 디자인 10 원칙과 작품 카탈로그가 담겨있었다. 페이지를 넘기며 그가 좋은 디자인을 찾아가는 과정과 작업한 TV, Hi-Fi 오디오 등의 클래식 브라운 제품을 볼 수 있었다.

카탈로그에서 194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만들어진 작품들이 살펴볼 수 있었다. 모든 제품들은 지금 봐도 심미적으로 유려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특징을 보였다. Hi-Fi 오디오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보며 생각한 내용이 있다.

거대한 Hi-Fi 오디오를 구성하는 컨트롤러, 앰프, LP, 스피커 등의 모듈은 공간을 꾸미는 고급 가구처럼 보인다. 원형 패턴의 그릴 디자인과 나무, 플라스틱, 메탈 마감이 자주 보이기도 했다. 오디오의 입/출력부를 구성하는 각 모듈의 기능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어느 하나 불필요한 것을 찾아볼 수 없다.

트랜지스터가 발명되는 등 기술의 발전으로 휴대용 오디오로 소형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브라운 TP-1 제품은 선 공개된 포노와 스피커 출력 모듈을 사용자가 쉽게 확장하고 휴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디터 람스의 좋은 디자인 10원칙

브라운의 제품에는 디터 람스의 좋은 디자인에 관한 가치관이 녹아있었다. 책의 서론에서 디자인 원칙이 만들어진 과정이 소개되었다. 좋은 디자인을 향한 디터 람스의 고민에서 시작했으며 디자이너로서 경험을 쌓아나가며 원칙을 보완해나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좋은 디자인 10원칙은 필자에게 중요한 영감을 주었다. 일부 항목에서 놀라울 정도로 소프트웨어 디자인과의 교차점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1. Good design is innovative.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2.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seful.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3. Good design is aesthetic.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다.)
4.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nderstandable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이해하기 쉽도록 한다.)
5. Good design is unobtrusive.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6. Good design is honest. (좋은 디자인은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는다.)
7. Good design is long-lasting. (좋은 디자인은 오래 지속된다.)
8. Good design is thorough down to the last detail.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다.)
9. Good design is environmentally friendly. (좋은 디자인은 환경 친화적이다.)
10. Good design is as little design as possible. (좋은 디자인은 할 수 있는 한 최소한으로 디자인한다.)

애플 디자이너의 디자이너

브라운의 T3 포켓 라디오, TV에서 애플 아이팟, 아이맥, 맥프로의 디자인과 유사성을 관찰할 수 있다. 애플 제품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엿볼 수 있는 것은 우연한 일치가 아니다.

애플의 핵심 디자이너였던 조니 아이브는 1998년부터 스티브 잡스와 함께 제품의 핵심 디자인 토대를 세운 인물이다. 조니 아이브의 디자인에는 디터 람스의 디자인이 영향을 주었으며 디터 람스 또한 게리 허스트윗의 영화 Objectified(2009)에서 애플이 오늘날 좋은 디자인 10 원칙을 따라 제품을 디자인하는 소수의 회사 중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조니 아이브의 Apple iOS7 Introduction(2013) 영상에서 애플의 디자인 철학을 옅볼 수 있었다. 디자인을 심미적 영역으로 가두고 있지 않았다. 복잡함 속에서 질서를 통해 단순함을 찾는다. 애플의 새로운 시작에 담긴 운영체제 디자인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디자인이란 전체입니다. 한 사물이 수 많은 다른 레벨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궁극적으로 디자인은 당연히 우리 경험의 굉장히 큰 부분을 규정합니다.

저는 시대를 초월하는 심오한 어떤 아름다움이 단순함, 명료함, 효율성 안에 있다고 봅니다. (중략) 단순함은 복잡함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디자인, 이렇게 하면 되나요?

애플의 새로운 시작에는 질서가 있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시스템을 정비하여 사용자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집중하는 것이 보였다. 사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할 때 좋은 경험을 주고 싶었다. 시각 디자인 분야에서 통찰을 얻고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사람들은 과거에도 정보를 접했고 오늘도 정보를 접한다. 다만, 정보의 전달 매체만큼은 진보하고 있다. 책, 편지, 신문과 같은 아날로그 매체를 사용할 때보다 웹, SNS 등의 정보 통신 매체를 활용해 빠르게 정보를 공유하고 음향, 비전 분야의 최신 컴퓨팅 기술을 통해 풍성하게 정보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정보를 수용 하는 방식은 변화하지 않은 것 같다. 어제와 오늘도 우리는 감각 기관을 통해 정보를 지각하며 이를 바탕으로 생각한다. 인간이 사용하는 감각 기관은 과거에 사용했던 것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용자가 정보와 상호 작용할 때 느끼는 좋은 경험에는 미래에도 아날로그 시대의 산물이 통용될 것으로 유추하게 되었다.

영속적인 디자인만 좋은 것은 아니다?

오래전 보았던 작품이 지금은 고전처럼 보이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좋은 디자인을 찾으며 영속적인 디자인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책 속의 칼럼에서 시대상을 반영하는 디자인 또한 좋은 디자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볼 수 있었다.

만약 TV 광고, 홍보 포스터가 중립적인 디자인으로 만들어진다면 개성이 생겨날 수 있을까? 작가가 던진 질문에 그 시대와 기분에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 또한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것 또한 중요한 디자인 문제 해결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은 경험을 이루는 방식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그림 그리기와 유사하다. 사용자가 프로그램과 시각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 GUI의 개발 도구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기반으로 구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각 디자이너의 좋은 디자인에서 단순함, 명료함, 효율성을 이루는 방식을 찾게 되었다. 책 속의 디자인 카탈로그에는 질서 잡힌 단순한 디자인을 볼 수 있었다. 창의적인 작품에서 일부 질서를 깨는 방식의 재미있는 특징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모든 작품의 기본은 질서에 두고 있었다.

레이아웃, 배색, 타이포그래피 기술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정보를 경험하는 방식을 통제할 수 있다. 좋은 시각 디자이너는 독자가 정보를 잘 읽게 정리하고 색상 조합을 통해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 사진과 도판을 활용하면 글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심오한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

좋은 프로그램의 개발 과정에서 유연한 API 설계를 고민하는 것 외에도 반드시 시각 디자인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되었다. 시각 디자인의 이해는 개발 문서의 문해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놀랍게도 GUI 개발 도구에는 시각 디자인의 개념들이 구현되어있고 사용자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 문서에 세부 내용이 잘 설명돼있다.

객체지향 UI 디자인

사용자가 쓰기 편한 소프트웨어의 디자인에는 어떤 원리가 숨어있을까? GUI 개발 도구의 설계 구조를 프로그램 디자인 과정에 잘 활용할 수 없을까? 객체지향의 발전 과정에서 좋은 디자인의 통찰을 얻고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객체지향 UI와 태스크지향 UI

올해 학부 졸업 프로젝트와 여름방학 스타트업 근무 과정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였다. 초기 설계에서 비즈니스 서비스와 절차를 따라 화면을 구성하였다.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서비스의 변경 사항이 GUI 설계에 나비 효과를 발생시키는 문제점을 느꼈다. 사용자, 서비스, 화면 구조 관계의 설계 패러다임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태스크지향 UI의 상호 작용 방식은 동사를 먼저 선택한 후 명사를 선택한다. 대표적으로 현금인출기의 사용성의 예시가 있다. 기획자가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할 때 작업 이용 순서로 받아들이면 태스크 지향 결과물이 탄생한다. 선형적인 작업 프로세스를 의미하는 화면 구성은 학습 및 조작 효율이 떨어진다.

객체지향 UI의 상호 작용 방식은 명사를 먼저 선택한 후 동사를 선택한다. 필자 기준의 대표적 사례로 당근마켓의 인터페이스가 될 것 같다. 사용자에게 본질적인 목적물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사용자는 목적에 대한 액션을 통해 능동적으로 자신의 작업을 처리한다. 설계, 개발, 유지보수 및 사용성을 개선할 수 있다. 시각적인 인터페이스 기술로 발전되었을 때 근본적인 원리였으나 객체지향 UI보다 GUI 용어로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소프트웨어 디자인 레이어

소프트웨어 디자인 레이어는 모델, 인터렉션, 프레젠테이션 레이어로 구분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에는 오브젝트 모델이 담겨있다. 프로그램의 화면 구성은 한 장의 그림이 아닌 오브젝트 모델을 구조적으로 표현한 결과물이다. 오브젝트를 화면 단위로 표현하고 사용자 입력을 모델에 반영하고 화면 사이의 관계를 통해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조작 체계를 제공한다. 인터렉션 레이어는 사용자의 입출력을 모델 레이어와 연결해 준다. 사용자와 모델의 조작성과 직결된 만큼 짜임새가 중요하다. 프레젠테이션 레이어는 사용자의 지각을 만들어준다.

GUI 프로그램을 만들 때 사용자와 데이터의 상호작용을 돕는 테크닉이 존재한다. MVC, MVVM 등의 패턴으로 찾아볼 수 있다. 화면에 데이터를 바인딩시켜주는 기술도 존재한다. 대중적인 방식은 뷰와 컨트롤러의 참조값을 갖거나 반응형 패러다임을 활용하기도 한다. 소프트웨어 디자인 레이어 개념은 기술과 패턴에 담긴 디자인 은유를 찾도록 도와주었다. 과거에는 특정 시기에 유행하는 기술을 쫓기도 했다. 기술의 영역이 아닌 사용성까지 생각의 범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참조

• 디터 람스: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 - 시즈 드 종 엮음, 송혜진 번역
• 디자인, 이렇게 하면 되나요? - 오자와 하야토 저자(글), 구수영 번역
• 객체지향 UI 디자인 - 소시오미디어 주식회사, 후지이 코타, 우에노 마나부 저자(글), 송지연 번역
• Apple Human Interface Guideline